‘인물의 정치’가 아니라 ‘팀의 정치’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절대로 혼자서 되지 않는다. 절대적으로 팀이 필요하다. 내가 도시건축이라는, 팀으로 일해야만 하는 분야에서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더욱 팀업에 대한 신뢰와 기대와 갈망이 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 ‘팀업’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가 어디 있는가? 조그만 일을 하나 하더라도 협업과 분업이 필요하다. 팀장이 혼자 다 할 수도 없고 혼자 다 하려다가는 결국 사단이 난다. 더구나 팀장이 의사결정권을 독점하다가는 처음에는 일사불란하게 잘 추진되는 듯싶다가도 어느 순간 문제가 터지고 걷잡을 수 없이 더 큰 문제로 번지기 일쑤다. 시키는 일만 하는 팀원들은 본인이 원해서 그러는 것뿐 아니라 그렇게 해야 그나마 ‘안전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복지부동’은 결국 팀의 문제이고 리더의 문제이고 시스템의 문제인 것이다. 


팀의 정치를 잘 담은 미드 '웨스트윙'

더구나 ‘변화’를 만드는 새로운 일에는 항상 ‘용기’라는 덕목과, ‘설득’이라는 남다른 능력과, ‘신뢰’라고 하는 소통의 기본 조건이 깔려 있어야 한다. 그래서 더욱 팀이 필요한 것이다. 가치를 공유하고 역량을 서로 나누며 일을 나누고 또 묶어가는 팀, 시시때때로 목표를 조율하고 실천적인 방법을 고쳐가며 일하는 팀, 의사 결정을 하기 전에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공통으로 분석하고 대안에 대해서 검토하는 팀, 내부의 독선적 의사결정을 스스로 체크하면서 제어하는 팀, 일단 일이 굴러가면 현장의 반응과 효과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피드백하는 팀, ‘팀업’의 기본이 되어 있는 팀. 이것이 좋은 ‘팀업’의 조건들이다.   

우리의 정치 문화에서는 안타깝게도 항상 ‘인물’이 ‘팀’보다 앞선다. 사실 이것은 우리 문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사회에서 종종 일어나는 현상이기는 하다. 인물은 하나의 상징이자 소구점이 되고 이야기의 진원이 된다. 인물은 피가 돌고 말을 하고 손잡고 안을 수 있는 구체적 캐릭터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인물을 중심으로 열광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그 인물이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영웅인 것처럼 여기는 것이다. 

인물이 중요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한 인간의 용기와 역량이란 감동을 자아내고 항상 새로운 촉매가 되고 발화제가 되며, 최초의 ‘행위자’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그 인물의 바탕에는 커다란 빙산이 필요하다. ‘팀과 세력’이다. ‘리더’뿐 아니라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종종 ‘리더십(leadership)’을 ‘리더의 지도자적 자질’이라는 뜻으로 한정해서 쓰는 경향이 있으나 리더십이란 또한 ‘지도 그룹’을 뜻하기도 한다. 수많은 사람들로 이루어지는 팀과 세력의 리더십이란 어느 하나의 인물로 소구되는 것이 아니라 아니라 여러 인물들이 서로 뭉치고 경쟁하고 견제하고 협력하고 네트워킹하고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엮어가는 ‘지도 그룹’을 말하는 것이다.   

‘인물-팀-세력’은 궁극적으로 ‘어떠한 가치로 뭉쳐 있는가?’ 하는 ‘가치동맹’을 뜻한다. 얼마나 건강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가? 그들을 묶어주는 가치는 무엇인가? 나와 공감할 수 있는 것인가? 그 안의 사람이 설령 교체된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대신하여 그들이 주장하는 가치를 현장에서 면면히 지속시킬 수 있는가? 그 가치는 실천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구체화되어 있는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지속 가능성이 있는가?   

브라질 룰라 대통령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소수 노동당(PT) 출신으로 당선되었을 때, 재선에 성공했을 때, 그가 지명한 호세프 대통령 후보가 다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 그리고 그가 여전히 87%의 지지도를 받으며 퇴임했을 때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경탄하였다. 사실 더욱 경탄스러운 것은 룰라 대통령이 다음 지방선거에서 지방 세력들을 교체하겠다고 정치 세력을 조직하고 교육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가 그의 꿈을 이룰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그가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의 팀과 그의 세력이 그 다음을 이어갈 것임은 분명하다.  

브라질의 전통인가? 브라질의 환경도시 쿠리티바에 또 다른 리더십의 전통이 있음을 소개하고 싶다. 인구 200여만의 도시로 독일 프라이부르크와 더불어 환경도시로 잘 알려진 도시다. 생태도시로서의 성공뿐 아니라 산업도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이 지역의 소득이 일취월장 발전하는 경제 도약까지 이루었다. 쿠리티바는 반세기에 걸쳐서 꾸준한 도시정책을 펼쳐왔는데, 대중교통정책과 연계된 도시개발, 쓰레기수거와 연결된 저소득층 소득증대 정책, 습지 연결을 통한 환경 정책, 저비용 도시 관리 정책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과정에는 절대적으로 한 리더의 역할이 주효했다. 관선 시장 한 번, 민선 시장 두  번을 했던 자이메 레르네르 시장이다. 그러나 아무리 리더가 출중한들 또 여러 번 공직을 맡았던들, 반세기 이상 꾸준한 정책을 펼 수 있었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그 정책 기조가 이른바 미국식 개발주의를 버리고, 그야말로 ‘쿠리티바 식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얼마나 비토 세력이 많았겠는가?     

건축가 출신의 브라질 쿠리티바 자이메 레르네르 시장(이미지출처 : http://development.thinkaboutit.eu/)

역시 비결이 있었다. 리더만이 아니라 팀과 세력이 있었던 것이다. 레르네르 시장과 뜻을 같이하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수십 년 동안 같이 연구하며 대안을 제시하면서 스스로를 훈련시키는 ‘싱크탱크(think tank)’를 통해 인재 풀을 키웠고, 그를 통해 시장직뿐 아니라 수많은 전문가들을 행정직 또한 선출직 공무원으로 배출했다. 시장 또한 그 인재 풀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또한 그에게는 거리의 지지자들이 있었다. “자신이 배운 것은 모두 거리에서 나왔다. 거리는 도시와 사회의 종합체다”라는 말을 한 레르네르 시장은 현장의 주민의 삶에 구체적으로 닿을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실천하는 데 있어 선출직에 있을 때뿐 아니라 그렇지 않을 때에도 시민들과 호흡하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지지기반을 넓힐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작업을 반세기 동안 지속할 때 그게 바로 바탕의 세력이 되는 게 아닌가?

‘팀으로서의 정치’, ‘세력으로서의 정치’를 그토록 바라는 것은 가치의 실현에 있어서 구체성과 실천성과 지속성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마치 ‘부나비’처럼 선거 때만 되면 인물 중심으로 모이거나, 뜨거운 이슈가 하나 뜨면 냄비처럼 끓어오르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함께 구체적으로 실천하며 지속적으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 이것은 절대로 팀과 세력의 역량으로 이루어진다.

인물은 중요하지만, 인물은 뜻을 이루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

꿈을 함께 꾸고 뜻을 함께 찾고 이루는 팀과 세력의 정치를 진정으로 바란다. 

***120423  김진애 후기

<김진애가 쓰는 인간의 조건> 한 대목입니다.  물론 '인물'은 중요합니다. 일을 만드는 것도 새로움을 만드는 촉매도 인물에서부터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 인물로는 안되지요. '인물들로 포진한 팀'으로서의 정치. 꼭 해내봅시다. 우리 그 인물이 될 뿐 아니라 그 팀을 만들어보기를 꿈꾸어 봅시다.

총선을 끝내고 대선을 앞둔 시점이기에 더욱 '팀으로서의 정치'를 바래봅니다. 우리가 그 인물을 택하는 것은 그 인물 이상으로 그 인물이 속한 '팀'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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