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6월 26일 4대강사업 낙동강 구간 중 '상주보 공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약 한달만인 7월 19일 다시 상주보 현장을 찾았습니다. 

지난 6월에는 왜관철교 붕괴 현장을 조사하기 위해 가는 길에 '상주보 제방이 붕괴됐다'는 제보를 받고 갔었고, 7월에는 장마 이후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홍수 피해를 조사하기 위해 낙동강 전역을 조사하는 길에 상주보 현장을 찾았지요. 물론 6월에 있은 제방 붕괴 후속조치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하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상주보 제방이 붕괴되어 있습니다.(2011년 6월 26일 촬영)

무너진 제방에 돌을 쌓아 올렸고, 커다란 방수포로 덮어놓았습니다.(2011년 7월 18일 촬영)


가서 보니 무너졌던 제방을 돌로 다시 쌓아 그 위에다 방수포를 덮어놨더군요. 그러고도 안심이 되지 않았는지  방수포 위에는 촘촘하게 밧줄로 눌러놨구요. 말 그대로 땜질식 조치인데, 과연 이렇게 해놓는다고 해서 안전할까요? 아니 그 위에다 콘크리트를 쏟아붓는다해도 안전할까요?

상주보 제방은 무너지기 전 나무를 심고 잔디를 까는 등 조경공사까지 마무리해놓던 곳입니다.(2011년 4월 40일 촬영-사진제공:라디오인 www.radioin.kr)

 
이미 블로그를 통해 지적했다시피 상주보의 제방은 이미 지난 4월 나무를 심고 잔디를 까는 등 조경공사까지 마무리해놓은 곳이었습니다. 상주보 시공을 맡은 건설사(현대산업개발)측에서 제방과 관련해서는 이미 완공했다고봐도 무방한 것이죠. 

그런데 이 제방이 무너진 것입니다!

더구나 상주보 제방은 6월에만 무너진 것이 아닙니다. 지난 5월에 내린 봄비에도 한차례 무너진 적이 있습니다. 이때 복구를 했지만 6월에 내린 비에 또 다시 무너진 것입니다. 한달여 만에 두 번이나 무너진 것이죠. 

지난 5월 100mm 봄비에 무너진 상주보 제방(2011년 5월 19일 촬영. 사진제공-라디오인 www.radioin.kr)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바로 상주보의 설계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입니다. 

4대강 사업 구간에는 모두 16개의 보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낙동강 사업 구간에서만 절반인 8개의 보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상류 쪽에 위치한 보가 상주보입니다. 정부는 4대강사업이 완공되면 자전거를 타고 4대강을 달릴 수 있다고 틈만 나면 홍보하는데, 상주가 자전거로 유명한 곳이다보니 '상주보'에는 자전거 조형물까지 새겨질 정도입니다. 

정부로서는 그 상징성이 매우 큰 공사 현장인 셈인데, 그런 현장에서조차 한 달 사이에 두 번이나 제방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상주보가 위치한 곳은 아무래도 상류쪽이다보니 강폭이 좁고 물살이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상주보는 좁은 강의 대부분을 보로 가로막아놓고 강변에 붙은 한쪽(좌안)에만 가동보(물길을 열고 닫는 보)를 설치해 물길을 터놨습니다. 

상주보의 모습. 좁은 강폭의 대부분을 고정보로 막아놓고 약 1/3만 가동보로 열어놓아, 물길이 거세지면 강둑이 쓸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부실설계의 전형(사진출처-앞산꼭지 http://apsan.tistory.com)

 
그러면 당연히 물살이 더 세질 수밖에 없고,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거센 물길에 강둑이 쓸려내려갈 가능성이 매우 커지는 것입니다. 현장을 보면 이런 설계의 문제가 한눈에 들어오게 되는데요. 상주보 제방이 무너진 뒤 권도엽 국토부장관조차 "유속 흐름과 맞지 않게 설계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설계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설계가 잘못됐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지금처럼 돌로 쌓아놓고 그 위에 방수포를 덮어놓는다고 해결이 됩니까? 당연히 없애든지 아니면 최소한 다시 설계를 해야 하는 게 아닙니까?

하지만 '연내 완공'이니 '가을 전 완공'이니 기한을 정해놓고 '4대강사업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정부는 은근슬쩍 넘어갈 모양인 것 같습니다. 

상주보의 문제는 '제방붕괴'에 그치지 않습니다.

준설을 끝낸 뒤 다시 흙과 모래가 쌓이는 재퇴적(헛준설) 현상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고, 상주보 바로 아래 지천인 병성천이 본류와 합류하는 지점에서는 심각한 역행침식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장마 뒤 상주보 아래 재퇴적된 흙과 모래를 무려 6대의 포크레인을 동원해 다시 퍼내는 모습. 이렇게 물살이 거센데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2011년 2월 24일 촬영한 병성천과 상주보 아래 낙동강 합수부. 모래주머니로 인공적인 수로를 만들어놨습니다.

2011년 3월 22일 촬영. 한달만에 인공수로에는 모래가 가득차고 새로운 물길이 만들어졌습니다.

강둑 곳곳은 심각한 역행침식이 발생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지난 4월 16일 이명박 대통령이 상주보를 찾아 "4대강 (사업) 갖고 이러쿵저러쿵하시는 분도 많지만 올 가을 완공된 모습을 보게 되면 아마 모두가 수긍할 것이다"라며 자화자찬을 하고 신나게 자전거를 탄 바로 그날, 상주보 바로 아래 불과 18km 떨어진 곳(낙단보 공사현장)에서는 4대강사업에 동원된 노동자 2명이 숨지는 비극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5월 31일자 한겨레 기사

 
즉 부실설계, 제방붕괴, 헛준설, 역행침식, 속도전 등등 4대강사업의 온갖 문제가 점철된 곳이 바로 상주보인 것입니다. 

저는 한달새 두번이나 상주보에 가서 두번 모두 섬찟함을 느꼈습니다. 지난 6월에는 빙벽처럼 쩍쩍 갈라져 무너지는 제방 위에 서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무서움과 섬찟함을 느꼈고, 7월에는 많은 비가 온 뒤 거세진 물살에도 재퇴적된 흙과 모래를 퍼내느라 강 속에 빠지다시피 들어가 준설 작업을 벌이고 있는 포크레인을 보고 또 어떤 사고가 벌어질지 몰라 두려움과 함께 섬찟함을 느꼈습니다. 

6월 26일 상주보 제방붕괴 현장. 빙벽처럼 무너져내린 모습을 보며 그 위에 서 있으니 공포가 따로 없었습니다.

 
상주보 현장에 가면 한여름 유행하는 호러영화의 작위적인 공포가 아니라 실제하는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호러영화야 한철 반짝 한다지만 4대강사업은 우리 강과 후손, 그리고 국민에게 지울 수없는 공포를 안겨주게 됩니다. 4대강사업 자체가 가장 큰 공포입니다. 

더 이상 살아 있는 강을 공포와 재앙으로 몰아가지 마십시오! 
비가 그쳤다고 다시 속도전을 펼칠 것이 아니라 4대강 공사를 중단하고, 보와 교량, 보 등에 대한 안전진단을 즉각 실시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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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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