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월 28일, 강화도의 폐교를 탈바꿈한 오마이스쿨에 다녀왔습니다. ‘오마이뉴스’가 2달 전 시작한 ‘오프라인 학교’랍니다.

면식 전혀 없던 오연호 대표가 ‘공간미학 전문가로서 오마이스쿨에 같이 안 가보려느냐’고 멜로 제의해서 가게 됐지요. ‘공간미학 전문가라는 말이 쑥스럽’지만 폐교 변신에 구미가 당겼습니다. 이참에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가치를 들고 대성공한 오마이뉴스 창간인과의 만남도 호기심을 자극했고요. 


1. 소담한 넙성리, 시골 폐교

오마이뉴스가 새로 입주한 상암동 DMC 건물에서 오연호 대표를 만나서 40여분 달렸습니다. 전등사 산자락에 있습니다. 주소는 ‘인천시 강화군 불은면 넙성리’. ‘넙성리’라는 말이 참 정겹지요?

70호 정도의 작은 마을. 큰 길에서 벗어나 있어 평온한 시골 풍경입니다. 그 흔한 ‘가든’도 인근에 없고, 어쩌다 ‘카페’가 하나 섰는데 곧 문을 닫았을 정도라니까요. 산자락에 약간 돋은 평평한 땅, 소담한 운동장, 6개 반이 있었던 2층 본채, 강당 채, 숙소로 쓰던 2개의 작은 뒷채. 그림이 그려지시지요? 전형적인 시골 학교입니다. 마침 바로 옆에 시골 특유의 교회가 붙어 있어 더 그렇게 보입니다. 제 고향 산본 시골 풍경도 꼭 이러했지요. 지금은 아파트 가득한 신도시가 되었지만....   

전국에서 폐교들을 활용하고자 하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오마이스쿨’은 그 중 독특하지요. ‘기자학교’가 주요 프로그램이지만 ‘생활기자학교?’ 또는 ‘삶의 기자학교?’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오며가며 오연호 대표와 새로운 희망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이 부박해지는 세태, 돈 만능 세태, 행복한 삶을 사는 법을 점점 잃어버리는 세태, ‘관계 맺기’ 능력이 점점 빈곤해지는 세태, 청년 정신이 실종되는 세태, 대안 찾기 에너지를 잃은 세태,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초과속 경쟁·성공·시장 드라이브가 전개될 상황에서 어떻게 희망의 길을 찾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지요.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하자, 길게 보고 내딛자, 작지만 소중한 작업을 실천해보자’고 오연호 대표와 함께 공감을 넓혔습니다.    

2. 동네 건축가의 폐교 변신

폐교 변신 오마이스쿨 역시 하나의 ‘공간정치’를 실현하는 공간입니다. 좋은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좋은 공간정치라고 보아도 좋겠지요?

폐교 변신은 강화의 ‘동네건축가’(제가 잘 쓰는 용어랍니다. 그 동네의 성격을 잘 알고 동네 맛을 살려내며 작업하는 건축가를 존경하는 뜻에서 만든 말)가 리노베이션을 도와주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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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디자인,특히 창문디테일이 좋다


외벽은 페인트칠도 벗겨진 소박한 그대로 놔두고, 내부만 손댔는데, 한마디로 ‘소박하고 단순한 디자인’,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마치 핀란드의 ‘세계적 동네 건축가’ 알바 알토(Alvar Aalto)의 작업이 연상되더군요. 알바 알토는 20세기 거장 건축가로 핀란드의 풍토와 생태를 모더니즘에 접목한 자연주의 건축으로 마니아층이 두텁습니다. 특히 최근의 생태도시, 생태건축의 모델로 일본 건축가들이 깊이 연구하고 있답니다. 건축 뿐 아니라 가구 디자인, 인테리어 소품, 그리고 디자인 소품 작업으로 유명하지요(핀란드 호수 모양을 디자인해 낸 유리 화병이 유명하답니다). 아마 눈이 소복이 쌓여 있고 마감이 소박하고 원목 나무를 색깔 없이 사용해서 더 그런 분위기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창문틀의 디자인, 책상, 식탁, 서가 디자인 등, 조명기구들도 단순한 디자인이고 전반적으로 ‘심플 디자인’이 돋보입니다.

그럼 몇몇 공간을 짚어 볼까요?

● 강당채:
제일 근사한 곳은 강당이지요. 천정을 뜯어내니 나무로 만든 트러스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서 그대로 놔두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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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당 공간


한옥 대청마루에서 보이듯 목구조의 아름다움은 나무 부재들이 서로 얽히며 만드는 훤칠하고 시원한 공간감이랍니다. 이 강당에서 뜨거운 만남이 일어나겠지요. 언젠가 열띤 워크셥을 해보고 싶은 공간입니다.
 
● 디지털 룸

인터넷은 유선, 무선 다 가능하고 3~40여대가 있어서 디지털 편집, 뉴스 편집, 영상 편집을 가르쳐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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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룸



저도 한 번 입소해야겠습니다. 영상 편집 배우려면. 그럴 시간을 찾아내야지요. 기자학교라 꼭 필요한 것 시설이고,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기치에 꼭 맞는 공간입니다.   

● 두툼한 매트리스가 인상적인 숙소 방

교실 바닥에서 뜯어낸 마루판을 재활용해서 평상처럼 올린 판 위에 두툼한 매트리스. 압박이 꽤 크지요? 여러 방 중에서, 매트리스를 마주보게 배치한 방이 가장 인기 좋다고 합니다. ‘베개 싸움’하는 장면, ‘밤새운 이야기’들이 펼쳐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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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메트리스


편하게 자려면 50여 명, 겹겹 쌓여 자도 괜찮다면(?) 100여 명도 지낼 수 있을 만한 시설. 화장실과 샤워는 첨단시설. (무슨 분양 광고 같지요? ^^ 요새는 화장실만큼은 편해야 한답니다.)  
 
● 방마다 ‘내가 이름 붙이는’ 칠판 명패

각 방문 옆에는 칠판처럼 작은 명패가 있는데, 숙식객이 직접 이름 붙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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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 명패



사진의 ‘수다방’은 ‘회의실’이라는 뜻? ‘이름을 붙이면 비로소 존재한다’는 것 아시지요? 이름 짓기는 엄청난 창조적 작업이랍니다. 참 맘에 드는 아이디어더군요. ‘오마이스쿨’답습니다. 

● 소박한 문패 두 개

문패가 참 소박하지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학교’라는 작은 문패와 ‘신성초등학교’라는 작은 문패가 나란히 붙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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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학교’와 ‘신영초등학교’ 문패



‘기억의 흔적’을 통해 옛 초등학교의 역사와 새로운 미래 역사를 한 곳에 담겠다는 뜻이라고 오연호 대표가 설명합니다. 신성초등학교 출신 가족들을 초대해서 ‘가족의 역사’를 담는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답니다.  
 
● 소담한 운동장, 어떻게 쓸까요?

실내 보다 더 중요한 공간이 운동장이라고, 어떻게 쓸까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답니다. 같이 갔던 젊은이는 당장 잔디를 깔았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자원봉사로 잔디운동장을 만들 수도 있겠지요. 축구, 소프트 볼, 축제, 지역특산품 페어 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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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의 4개 동상:


오연호 대표가 지적한 말이 재미있지요. 우리나라 초등학교 운동장 앞에는 동상이 서는데, 그 대표가 4가지 아이콘이랍니다.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이승복 소년, 책 읽는 소녀’의 네 동상이 그렇게 서있었습니다. 우리가 새로 세운다면 어떤 아이콘을 세우게 될까요? 

3. 공간보다 더 중요한 프로그램

언제나 프로그램은 공간보다 더 중요합니다. 공간은 바탕일 뿐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는 공간일수록 좋은 공간이지요. 오마이스쿨 공간은 일단 융통성이 커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을 수 있겠지요.

관건은 프로그램. 오연호 대표는 여러 아이디어를 펼치시더군요.

‘가족관계의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세대간 서로 다치지 않고도 관계를 맺는 프로그램, 강화도의 특산품인 순무를 전국 특산품화 하는 프로그램, 강화 탐험을 독특하게 기사화하는 프로그램 등’

그 바탕에는 자신을 찾고,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회에 넒게 뛰어드는 동기들이 깔려있습니다.

저도 여러 프로그램을 제안했지요. 저는 ‘몸으로 익히는 것이 최고 프로그램, 작은 것 하나를 깨닫고 자기 집 자기 동네로 가서 씨를 퍼뜨리는 프로그램, 뭔가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 개념입니다. 예컨대, 텃밭 학교, 자기 집 깃발 만들기, ‘강화 올래’(‘제주올래’ 처럼. 제주도 걸어서 탐방하는 시민단체 운동), 연 만들기, 여름 건축학교’ 등 등. 폐교 활용 스쿨의 전국 네트워킹도 좋고, 참 세상에 할 일은 많습니다. ‘영어몰입교육’을 안 하더라도요.

이 모든 것이 오프라인에서 만들어져 온라인으로 퍼지고 또 다시 오프라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사이클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삶의 철학은 중요합니다. 사회의 사상은 중요합니다.

‘이념주의’는 경계하더라도 ‘이념’은 중요합니다. 우리의 삶을 물신주의에 휩쓸리지 않게 하는 좌표지요.

왜 이 땅에, 이 공간에, 이 시간에, 왜 우리가 존재하느냐에 때한 뜻을 찾게 해주는 것이지요.


어디 찾아보십시다. 밑바닥에서부터, 길게 보고, 끈기 있게, 서로 나누면서. 

4. 오마이스쿨 탐방 기사가 되었네요

쓰다 보니 오마이스쿨 탐방 기사가 되었네요. 오연호 대표가 제가 기사화할 듯싶었던가요? 여하튼 즐겁게 읽어주시기를.

무자년을 진짜 만나는 설날에 여러분께 보내는 연하장이기도 합니다.
 

넙성리 길목에 플래카드가 붙었더군요. ‘구경오세요’라고. 여러분 구경도 가시고 오마이스쿨 프로그램도 참여해 보십시오. 저도 꾸려서 가 보려구요. 프로그램도 구상해 보구요.  ‘삶의 현장에서 길어올리는 이야기’를 어떻게 나누어볼까요. 현장에서 새로운 희망, 새로운 길이 나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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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오세요’ 플래카드


오마이스쿨에 가시면 근처 전등사 입구에 ‘삼랑성 보리밥 집’에서 ‘메밀 총떡’을 꼭 드세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데, 정말 잘해서 지금도 그 맛이 입가에 맴돌 정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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