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의 자살이 온 국민을 안타깝게 했습니다마는, 여성들은 더 큰 충격을 받았지요? 저도 그날 아침 뉴스에 충격 받고,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안 잡히더군요. 정선희에 대한 안타까움도 더해졌습니다. 아직도 여러 후폭풍이 있고, 후유증은 더 계속되겠지요.

언젠가 좀 진정되면 글을 한번 쓰리라 맘먹다가 오늘 일요일 아침에 씁니다. 여성들과 기운을 나누려는 글이기도 합니다. 우리 서로 위로하고 서로 기운을 나누고 서로 어깨를 세워줍시다.

최진실의 경우

최진실, 40대를 못 보다니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그 힘든 자아분열적 30대를 힘겹게 넘기고 (제가 쓴 그 유명한(^^ ?) “자아분열적 30대 여자의 건승을 위하여” 칼럼을 봐 주세요. http://jkspace.net/admin/entry/edit/45)
드디어 그나마 푸근한 40대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는데, 그 막바지에 꺾여버리다니 너무 속상합니다.

인생의 모든 순간순간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순간이지만, 여성의 경우 40대가 그나마 가장 천국 같은 시절이지요. 아이 키우기, 결혼과 시댁 관계, 집 마련하기와 살얼음판 직장을 오가며 전쟁 같은 시절을 보내다가 그나마 40대가 되면 아이는 덜 손가고, 살림과 시댁 관계도 안정되고, 집 마련 전쟁도 좀 끝나고 직장살이도 좀 안정되지요. 아직 활발한 여성호르몬 덕분에 외모도 지킬 수 있고 잘만 관리하면 10년 젊어 보인다는 소리도 듣고, 불혹의 나이답게 아직 여러 유혹도 심심찮게 있고, 재정도 조금 여유가 있고 등, 전쟁 같은 30대에 비하면 정말 휴전한 듯한 40대지요.,

그런데,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연예인에게는 여성 40대가 쉽잖은 시절이지요. 한 풀 꺾인 아름다움, 아직 중년에 못 이른 어설픔(?), 특히 여성 연기자들은 정말 어려운 시절이지요. 역할은 없고, 시선에서 점점 멀어지고... 이른바 ‘사회 통념적 여성상’ 때문에 희생되기 쉬운 시절이지요.

최진실의 경우, 참 잘 해온다 여겼습니다. ‘귀여움의 상징’이라 그리 길게 못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20년 이상을 톱스타로 자리매김하는 능력은 보통 능력이 아니지요. 10여 년 전 <인물과 사상>에서 강준만 교수가 ‘최진실 신드롬’을 분석했던 글도 제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저는 최진실 광팬은 아닙니다. 하지만 <질투> 드라마를 열렬하게 봤고(그 창고 같은 순박한 집이 기억납니다. 그 드라마에서 전도연도 동생으로 나오지 않았나요?), 김혜자와 같이 나온 영화 <마요네즈>는 참 좋았습니다. ‘자아분열적 30대’ 최진실과 ‘여전히 못 말리는 공주과 50대’ 김혜자를 아주 잘 그렸지요. 최진실의 화려한 결혼과 안타까운 이혼 소식에는 좀 둔했지만, 작년에 “장밋빛 인생”으로 컴백했을 때는 박수를 쳤었습니다. 드디어 ‘연기자의 인생’을 개척하는 구나, 최진실 장하다“ 했었지요. (장및빛 인생을 보면서 딸많은 우리 집안에서 벌어진 여러 케이스들이 펼쳐지더군요...)
그야말로 될성부른 30대를 잘 지내고 근사한 40대 연기자를 볼 수 있겠구나 하며 박수를 쳤습니다.

그런데 아깝게도 최진실의 40대를 못 보게 되다니요?

 
메릴 스트립의 경우

  예순을 앞두고 돌아온 메릴 스트립, 너무 부럽지 않습니까?
엄마와 딸이 꼭 같이 봐야 한다고 해서 두 딸 있는 저 역시 의무방어 상 <맘마미아>를 지난 추석에 봤답니다. 아바 노래에 좀 더 익숙한 큰 딸이 더 즐긴 것 같고, 작은 딸은 상대적으로 덜 재밌어 하더군요.

영화 보면서 노래 흥얼대는 느낌이 좋더군요. 아바 노래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Thank you for the Music(음악, 정말 고마워!)” 젊은 주인공 여자가 부르니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엔딩에서 나오는 노래입니다.) 아바 듀엣의 그 탱글탱글한 맛은 좀 줄었지만, 대신 춤 액션이 또 신나더군요.

두 말할 것 없이 메릴 스트립의 연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 “The Winner takes it all(승자가 다 가지지)”을 부를 때의 그 눈빛이 너무 좋더라는 소문을 들었는데, 놀랐습니다. 그 앞에 있던 피어스 브로스넌은 보이지도 않더군요. 메릴 스트립의 노래를 통한 자신과의 대화더군요.

메릴 스트립이 이렇게 노래를 잘하다니, 그동안 노래 실력 숨기느라 힘들었겠어요... 그런데, 그의 노래 실력은 이미 알려졌던 듯합니다. 마돈나가 나왔던 <에비타>에 원래 메릴 스트립이 캐스팅 되었다더군요. 10대에 오페라 가수 하려고 공부했었답니다. 역시 어릴 적 공부가 어디 가는 게 아닌 모양이지요. 노래 내공이 깊습니다.

메릴 스트립에 대해서는 각별한 추억이 있습니다. 무명 시절 제가 점찍은 여배우였기 때문이지요. 첫딸 낳고 첫 극장 나들이가 <디어헌터> 였는데, 영화도 영화였지만 메릴 스트립에 완전히 반했습니다. 그저 옆에 있는 여자의 담담함을 어찌 그리 기막히게 표현하던지요. 존재감이 전혀 없으면서도 존재감 뚜렷한 연기에 감탄을 했습니다.(제 연기 눈썰미 꽤 있답니다. <박하사탕>의 문소리도 그렇게 찜했었으니까요. 거의 메릴 스트립 발견했던 수준이었습니다. 그 문소리, 메릴 스트립처럼 되기를...)

‘살아있는 최고의 여성 연기자’라는 평을 듣는 메릴 스트립이지만, 그 역시 지금 최진실의 시절에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도 기억납니다. <소피의 선택>, <프랑스 중위의 여자> 등 기막힌 30대의 연기를 해낸 뒤, 방황하던 메릴 스트립은 ‘여배우가 맡을 수 있는 역이란 너무 한정적이다’라고 힘듦을 털어놓기도 했지요. 그 때가 40대 접어들 때부터지요.

그런 메릴 스트립. 몇 년 전부터 화려한 50대로 부활했지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그 악마 같은 편집장 역을 누가 메릴 스트립처럼 할 수 있겠어요. 참 징그럽게도 연기 잘하더군요.
그런데 그 냉혹한 편집장도 사생활 때문에 고통을 겪는 모습이 영화에 나오지요? 두 번째 이혼을 앞두고 “보나마나 언론이 얼마나 나를 물어뜯겠어? 일에 미친 여자가 또 이혼 한다고. 나는 그래도 괜찮아. 어린 내 딸들이 얼마나 괴로워하겠어...” 이런 뜻의 독백을 하지요. 아! 여성은 얼마나 짐이 많은지요. 일 잘하면 일 잘한다고 뭐라 듣고, 일 안하면 ‘집에서 놀잖아’ 소리나 듣고, 독하면 악마같다고 하고, 순해보이면 독하지 못하다고 하고...

메릴 스트립이 슬럼프에 빠졌던 10여 년 동안 나온 영화들을 보면 참 안타까웠지요. 그야말로 망가졌던 연기의 <죽어야 사는 여자>, 너무도 이전과 비슷한 역할만 하는 그저 그런 영화들... 하지만 그런 시절을 보내고, 이제 50대에 그녀에게 맞는 근사한 역할을 또 찾아내게 된 거지요.

‘<맘마미아>의 엄마 역을 왜 메릴 스트립이 하느냐. 40대 초에 세 남성과 그렇게 뜨거운 관계를 가졌다는 게 말이 되느냐?’ 하는 남성 누리꾼들의 발언을 봤는데, 반론합니다. 정확히 말 됩니다. 가수였던 젊은 엄마가 은퇴하고 그리스 섬에 자리 잡은 게 보나마나 30대 말 40대 초였을 테고, 마치 지금의 줄리아 로버츠나 니콜 키드먼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웠을 테니, 세 남성의 뜨거운 사랑의 유혹이 벌어질 만했지요.

그리고 보니 서구의 여성 40대는 지금 한참 만개하고 있나 봅니다.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서는 40대 주부의 유혹과 방황과 모험과 희망과 절망과 성공과 실패와 새출발을 그리고 있지요. 최진실도 그렇게 40대를 열 수 있었을 텐데, 정말 아깝습니다.

부러운 메릴 스트립, 과연 어떤 60대로 넘어갈지 또 기대하게 됩니다. 근사한 어른 여성이 나온다는 건 정말 근사한 현상이지요.

최진실의 경우, 메릴 스트립의 경우를 보면서

여하튼 우리 여성들은 20대건, 30대건, 40대건, 50대건, 60대건 어려운 도전의 시간을 보냅니다. 우리 자신과의 싸움이자, 남들 시선과의 싸움, 사회 통념과의 싸움이지요. 여성님들, 최진실의 경우, 메릴 스트립의 경우를 보면서 자신만의 인생의 원칙을 세워보시겠지요?

다만, 우리 여성님들, 남의 시선 때문에 무너지지 말지요.

다만, 우리 여성님들, 힘들 때 스스로 도움을 요청합시다.
혼자 강하지 맙시다. 혼자 다 짊어지지 맙시다.

다만, 우리 여성님들, 모든 여성들이 나름의 힘듦을 가지고 산다는 알아줍시다. 마음을 알아주면 그것만으로도 힘이 됩니다.

살지 못한 최진실의 40대, 50대, 60대, 70대, 80대, 우리가 피워보지요.
힘들게 산 최진실의 30대는 여전히 30대 여성의 힘듦임을 우리 마음으로나마 알아줍시다.
 

*** 081010 일요일 아침에 김진애 혼자서...


일요일 아침에 혼자 있습니다. 딸들은 시험기간 공부하러, 남편도 늦은 공부하러 나가고 혼자 최진실과 메릴 스트립에 빠져보니, 이 힘든 시간에 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정말 사회적인 힘듦이 가족에도 또 개인에도 목을 죄어오는 느낌입니다. 뭔가 모를 공포심이 우리를 더 힘들게 하지요. 공포는 그 원인을 알면 더 이상 공포가 아니랍니다. 공포'심'이 문제지요.
역시 모든 게 마음에 달려있는데, 우리 마음을 잘 먹어보지요.

근사한 가을 일요일. 낮에는 여름처럼 덥지만 화창한 가을 하늘을 즐기세요. 요새 직접 요리 행락이 늘었다니, 저는 이것만큼은 참 반갑더군요.  절제하면 정이 더 깊어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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